유화 연작인 < 하이 볼티지 컴플렉스 >는 구체적으로 뇌에 연결된 전기적 자극 혹은 그것이 떠올리는 사물들을 묘사하고 있다. 고압의 전류를 필요로 하는 뇌란 마치 자본주의가, 예술의 자율적 순환체계가 그러하듯이 끊임없이 자극과 흥분을 필요로 하는, 탈현실화된 뇌인 것이다. 예술가의 뇌라고 예외는 아니다. 정승은 자신이 다루는 과다한 반복과 자기지시의 수사를 통해 언뜻 그 안에서 정지의 순간들을 만들어냄으로써 스펙타클을 대상화하는 기지를 발휘한다. 그것이 정승이 지닌 시적(詩的) 자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스펙타클 자체가 그러한 정지의 순간들을 더욱 효과적이고 강렬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다.
< 계원조형대학교 교수 유진상 >